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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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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 기시 유스케 지음 / 이선희 옮김 / 창해

이번 추천 시리즈의 마지막은 가장 망설였던 책으로 선택했다. 청소년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라서다. 우발적인 범행도 아니고 완전범죄를 노려 치밀한 계획 하에 사람을 죽였다. 요즘 어지간한 소재들이 청소년 소설로 잘 나오고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 치밀한 살인극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권하기에는 좀 망설여졌다. 그러나 그 망설임이야말로 추천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슈이치는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이 17세의 고교생은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불량 청소년이라고는 부를 수 없다. 자전거 타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한다. 여자친구도 있고 학교에서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을 죽였으므로, 원인-문제를 찾아야 한다. 슈이치의 문제는 가족을 너무 사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점점 불행해져가는 자신의 가족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똑똑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와 여동생을 괴롭히는, 술주정과 폭력을 일삼는 엄마의 전남편을 어떡할 것인가. 그럭저럭 행복했던 가족은 이제 완전히 파괴되기 직전인데 세상에서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심지어 법도 경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 틀리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남자에게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본들 아무런 위안도 얻을 수 없을 것이었다. 여차저차 해서 천신만고 끝에 폭력죄로 감옥에 간들, 길어야 몇 년 뒤에는 더 악랄해져서 돌아올 것이었다.

자,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아직 가진 사람은 당신 뿐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 심지어 당신조차 그와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이제 무엇을 하겠는가. 이 물음은 다른 식으로도 가능하다. '이제, 정의란 무엇인가.'

물론 슈이치의 선택은 결코 이해받을 수 없다. 죽어 싼 인간이 있는 것과 그 인간을 죽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작가는 이 소년의 눈높이로 글을 쓰지만, 결코 그에게 동화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작가 자신조차 판단할 수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대체 뭘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질문은 후회의 다른 말일 뿐이다. 과거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다. 돌이킬 수도 없다. 비극은 목을 죄어 들어온다. 당연히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진다.

<푸른 불꽃>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살다보면 사방이 벽으로만 둘러싸인 듯한 날이 분명히 온다는 거다. 결코 답이 없을 것 같고,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니가 나쁜 사람 아니니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헤쳐 나가라는 소리가 아니다. 슈이치가 그 증인이다. 나는 이 책을 말하면서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그런 출구 없는 현실과 맞딱드렸을 때, 일단은 포기하지 말고 이를 악다물고 버텨달라고 말하고 싶다. 잘잘못은 세상이 정해준다(늘 옳지도 않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한 일에 책임을 지고, 혹 억울하더라도 일단 계속 버티는 것이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저렇게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얘기는 거짓말이다. 사실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 현실은 일종의 계급사회다. 계급은 경제력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현실반경을 정의한다. 묘수도 기적도 없는 세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년소녀들은 어딘가에 부딪힐 것이다. 나는 그 벽을 둘러싼 수많은 전략들 중에 뭐가 좋은지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앞에서 주저앉지만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엄마의 전남편을 죽이기 전에, 그래도 이 가족을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각하던 순간의 슈이치는 마치 갑작스레 터져나온 폭죽처럼 빛났다. 푸른 불꽃은 결국 모든 걸 태워버렸지만, 그 발화하는 순간만큼은 더없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불꽃이 되지는 말고 그 불꽃의 색깔만 기억해두자.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둘러싸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순간의 소년을. 이 책을 읽게 될 소년소녀들이 그것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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