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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크리스토프 앙드레 (Christophe Andr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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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감정 수업>

나와 마주앉기

당신의 삶에 집중하라 명상이란 명상은 아주 오래된 수행법입니다. 동서양에서 명상을 시작한지 2,000년이 넘었습니다. 오늘날 명상은 여러 가지 요인들에 힘입어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종교와 무관한 명상법이 나오면서(대략 8주 만에 명상에 입문할 수 있도록) 접하기가 쉬워졌고, 명상의 여러 장점들이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비종교성, 접근 용이성, 과학적 증명, 이 세 가지 특징에다가 물질주의, 시장 만능주의, 디지털 중독과 같이 현 시대에 만연한 정신적 공해를 명상을 통해 견뎌낼 수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진 것이지요. 우리가 다시금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명상에는 정말로 ‘마음 수련’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합니다. 명상이 나에게 가져다준 것 개인적으로 명상이 인생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 이야기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무언가에 골똘히 빠져 있는 아이였지요. 그런데 자라면서 이러한 면을 잊고 어른의 삶이 지닌 습관과 속도에 맞추게 되었지요. 행동하고 반응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무언가를 시도하며 말입니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일을 겪게 됩니다. 사실 우연이나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명상을 찾는 일은 드뭅니다. 항상 덜어내야 할 고통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먼저 주어지지요. 어떤 동료가 세미나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일이 기억납니다. “여러분들 중 고민도 고통도 전혀 없는 분이 있나요” 당연히 손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동료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고민이 있는 분들 중 그 고민들을 덜거나 해결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은 분이 있나요” 역시나 아무도 손들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고통을 겪고, 또한 모든 인간은 그 고통을 덜어내고 싶어 합니다. 개인적으로 겪은 비극은 이렇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제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충격에 빠진 저는 툴루즈 근처 한 수도원에 은신했습니다. 그 수도원은 제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던 장소로, 그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지내러 가는 곳이었지요. 저는 그곳에서 명상하는 삶과 묵상, 침묵, 기도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명확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 다른 일을 하거나 딴생각을 하며 시련에서 도망치지 않으려는 습관을 이미 잃은 상태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고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첫 며칠 동안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불안과 고뇌, 이곳에 있는 것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과 계속 마주했습니다. 명상 치료 세션 초반에 수많은 환자들이 겪는 것과 똑같은 증상이지요. 그런 증상이 지속되다가 서서히 불안감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적 변화를 경험한 것이지요. 나 자신이, 나의 시선이 바뀐 겁니다. 앞으로 주어진 삶에 귀중하고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중요한 무언가를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안고 수도원을 나왔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따로 시간을 내어 수도원을 찾았습니다. 저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이러한 명상 수행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지루함, 권태와 같은 힘든 순간들과 충만함, 조화로움과 같은 감명 깊은 순간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한 발 물러나 돌이켜 보면 명상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심리적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적 고뇌의 순간들이 닥치면 명상을 통해 아주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그런 순간들이 덜 강렬하게 다가오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습니다. 말하자면 고달픈 길과 시련에 보다 잘 맞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명상을 통해 좋은 순간들을 보다 잘 만끽하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들에 정신을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하늘이나 꽃을 그저 지나가며 바라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주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을 호흡하고 음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시련을 보다 잘 헤쳐 나가는 자세와 행복의 순간들에 더 많이 집중하게 하는 명상이 주는 두 가지 선물 덕분에 시련 속에서도 피어오르고 나타나는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삶

내면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수많은 생각과 심상, 기억과 계획, 또 몸과 마음의 느낌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파도이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비가 시적이고 무한한 현상들이다. 내면의 삶은 그저 우리 삶 깊은 곳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일 뿐일지도 모른다. 철학자 앙드레 콩트-스퐁빌(Andr? Comte-Sponville)의 아름다운 표현처럼 ‘우리 영혼의 희미한 속삭임’이자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는 은밀한 속삭임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이 내면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영위하는 데 수많은 교훈과 정신적인 풍요를 얻기도 한다. 내면의 삶, 인간성을 평가하는 위험한 장인가? 우리가 공들여 만든 이 내면, 즉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 의 섬세한 표현처럼 ‘생각으로 느끼고, 감각(느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 인간이 그 나름의 내면의 삶이 있을 동물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닌, 로봇과 대립하는 존재임을 대변한다. 인간은 이 내면을 통해 자유롭고 설정할 수 없는, 독자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창의적인 존재가 된다. 그렇게 완전히 인간성을 지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면의 삶을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중에서도 현대인의 삶의 방식들로 인해 서서히 퍼지는 정신적 오염이 가장 유해하다. 우리 사회는 항상 바쁘게 굴러가면서도 우리에게 더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내면의 삶은 유유히 흐르며, 그 삶 속에서 우리는 듣고 관찰하고 느끼며 사유하고 의심할 뿐만 아니라 행동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또 물질주의적인 우리 사회는 행복하기 위해 구매하고 안심하기 위해 소비하며 대화하기 위해 접속하라는 식으로 우리가 지닌 근본적인 욕구들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내면의 삶 속에서 우리는 외부세계의 부를 좇기 전에 자기 ‘내면’의 부를 먼저 탐색하기 시작한다. 내면의 삶, 자아의 유익한 우회로일까? 마찬가지로 내면의 삶을 피난처나 요새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내면의 삶은 외부세계의 삶을 반기며 언제나 환영하는 집과 같다. 내면의 삶의 목적은 내면의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 이고 이해한 후 ‘외부’의 삶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택한 이 변화무쌍한 우회로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가령 첫째, 우리는 현실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둘째, 현실을 더 잘 살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이 우회로는 우리 자신의 발자취, 감각과 더불어 우리 존재 자체가 내면 깊이 만들어놓은 길이기에 결코 정형화될 수도 없는 것이다. 한편 내면의 삶에 집중하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은혜, 그 선물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가 풍요롭고 열정적인 세계, 하지만 갖은 유혹 들로 우리의 주의와 에너지 대부분을 흡수하는 그 ‘외부세계에 갇혀 있다면’ 그것들은 그저 우리를 스쳐 지나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체적으로 자기 안에 머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는 “신은 종종 우리를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언제나 우리 안에 없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선물은 신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것들일 수도 있다. 그것은 하늘과 구름, 사람과 꽃, 동물,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다른 모든 것일 수 있고, 어찌 되었든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든 것일 수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안과 밖, 내면의 삶과 외부세계의 삶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에게는 오직 삶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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