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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김준태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8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

최근작
2022년 1월 <먼 곳에서부터>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아무리 최첨단의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여도 철학과 문학작품이 우리 인간의 정신 혹은 영혼 속에 채워 주는 그 공백을 대신 메우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 줌의 흙이 한 송이의 꽃을 피울 수는 있어도 초대형 TV나 반도체문명은 한 송이 꽃은커녕 풀 한 포기도 키워 낼 수 없는 게 아니던가. 아마 그런 생각 속에서 나는 세계를 온통 방황하며 노래하고 있는 희랍신화의 전설적인 시인 오르페우스를 붙잡았는지 모른다. 인류정신사를 빛내고 있는 저 위대한 시인들과 작가들, 철학가들을 즐겁게 찾아 나서면서 말이다.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내 시의 화두는 생명과 평화와 통일 그것들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1948년 8ㆍ15 해방공간에 태어난 나의 경우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징용과 징병으로 일본제국주의가 자행한 전쟁터로 끌려간 선대의 비극적 이력을 갖고 있으며, 6ㆍ25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그리고 5ㆍ18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성장해온 것이다. 분단 73년이 되는 2018년 올해 봄부터, 한반도는 그러나 ‘통일과정시대원년Unification Process Period First Year’으로 말해도 좋을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이 주체가 되어 지금까지의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평화협정을 비롯하여 우리 민족의 문제를 보다 능동적으로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역사적 찬스에 직면한 것으로 보아진다. 한반도 역사에 대한 하늘과 땅의 준엄한 명령! 이러한 때 나의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가 작은 몸짓이라도 보탤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요즘 들어서 나의 시의 화두는 더욱 ‘사람’에게 모아지는 것 같다. 사람에게 이 세상 생명체의 모든 권위를 부여하면서 내가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의 절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에 깊숙이 젖는다. 적어도 사람은 ‘하늘’만이 아니라 ‘하늘 밖’까지 날아다닌다고 믿고 또한 슬퍼하면서 즐거워한다. 사람과 사람생명, 아 얼마나 아름답고 영원한 것인가! 프리드리히 쉴러는 “아름다운 것조차 사라져버린다(Auch das Schone muß sterben)”고 한탄했지만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Nothing in This World Vanishes)”고 노래한 적이 있다.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했던(has tried to drive away death with death, and to seek life with death)[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사람들을 일찍이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며 엑스타시 상태에 들기도 했다.

지평선에 서서

한국 시단에 얼굴을 내민 지 어언 30년을 넘어선다. 1969년 11월이었으리라. 죽형 조태일 시인이 주관하던 월간 <<시인>>에 <머슴> 외 4편을 들고 김지하 시인과 나란히 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오늘까지의 시절이 정말로 3백 년 동안의 시공처럼 느껴진다. 3백 년 동안의 일이라? 그 동안 나는 베트남 전쟁의 참전과 유신 시대(혹은 긴급 조치 시대)와 광주에서 파도 치기 시작하였던 그 찬란한 두레 공동체의 총발현인 5 18 민중 항쟁을 내 시와 함께 걸어온 셈이다. 뒤돌아보면 꽃잎처럼 져버린 그날들은 그러나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다. 정녕코 뿌리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의 불꽃 속에서도 사람들은 온통 진정성에서만 솟구쳐나오는 ‘우리 모두’를 위한 담론과 싸움을 붙들고 실로 끝간데 없이 몸부림을 보여주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낙엽이 지고, 하늘 멀리에서는 한 세기를 마감하는 흰 눈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좋다, 그러한들 좋다!” 나는 스스로에게 확실히 다짐하고 서는 저 相生의 본바탕인 논과 밭의 지평선으로 달려나간다. 인간의 무진장한 밥과 생명력과 사랑과 희망과 미래가 드넓게 출렁이는 지평선! 모성과 다산성의 원형질과 DNA로 그득한 저 푸른 지평선에 내 시와 오장육부와 노동의 쟁기 보습을 박아넣는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형제

밤이 깊다. 황촛불 저 홀로 타오른다. 떠난 사람 돌아오지 않고 바람소리 대숲을 휘젓는다. 창문을 두드리며 젖는 하얀 눈보라_. 머잖아 새벽닭이 울 것 같다. 한국시단에 몸을 내민 지 40여 년, 그동안 나는 고향과 대지(흙)와 우주만물 일체의 생명 그리고 민주주의와 민족분단의 상처와 아픔, 사랑과 희망의 실천에 대한 詩들을 바지런히 노래해 왔던 듯싶다. 이와 함께 한반도 안팎은 물론 세계의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엄청난 숫자의 노마드(nomad)와 디아스포라(diaspora), 즉 방황하는 현대판 유목민들과 버림받은 추방된 자들 속에서 그러나 아름다운 영혼을 위하여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아 그리고 지금, 내 詩의 話頭는 <통일>이다. 분단이야말로 이 땅 한반도 모든 비극의 근원이고 통일이야말로 우리들의 희망의 실체와 사랑의 확인이기 때문이다. 자아, 그러나 나의 詩(노래)도 저 아름답고 눈물겨운 ‘통일의 나라’로 노(櫓)를 저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나는 너다, 그리고 너는 나다.” 옥타비오 빠스는 말했다. 그렇다, 통일! 이것은 하느님의 명령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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