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은 새 천년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삶의 대안이다. 더 이상 선이 저잣거리에 사는 우리들과 무관한 산중 고승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은 이제 대중화되어야 하고, 이상에서도 유용한 가치와 철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관들은 어쩌면 선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선을 제대로 바르게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에 대해 가장 바르게 이해하고 또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은 일생을 선 수행으로 치열하게 살아간 선사들의 삶을 공부하고, 그들의 선에 대한 생각과 실천 태도를 살펴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상이 수상하고 시끄러울 때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갔던 고승들의 향훈(香薰)이 한층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저자서문에서)
살아가면서 부딪쳐야 하는 숱한 갈림길들. 그 순간마다 내린 판단의 집적(集積)이 삶의 질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붓다가 보여준 삶의 모습이란 중생에게 있어 희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들여다볼수록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중생에게 완전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붓다가 인생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과정들은 적어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힘겨운, 동시에 가장 온당한 선택을 내리는 것의 연속이 아닌가.
붓다가 각각의 순간에 내렸던 선택의 기준들은 붓다를 닮으려 원력을 세운 불제자들에겐 그대로가 인생의 지남(指南)들이다. 붓다가 행했던 수많은 선택들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선택을 손꼽는다면 단연 출가일 것이다. 그래서 후인들은 붓다의 출가를 일러 ‘위대한 포기(The great renunciation)’라고 명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