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이 음악을 초월하는 순간에 관심을 가져왔다. 음악이 평범한 콘서트홀에서 연주되고 나날이 '소비'되어 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인간에게 삶 그 자체인 것처럼 추구되고 받아들여지는 그 뜨거운 장면에 한없이 이끌린다.
조선에서 치른 가네코의 독창회도 평범한 공연을 초월하여 음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직관을 갖게 되었다. 3·1 운동의 좌절로 허탈함에 빠져 있던 조선사람들의 마음에, 음악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영혼을 감동으로 뒤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무네요시 신화로만 이야기되어 왔던 조선과의 관계를 가네코의 입장에서 그려보고 싶다. 어느 사이엔가 내 가슴에 그런 소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