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며
시를 쓰기 위하여 하나의 단어를 생각해 내고
두개의 단어를 지우기도 했다
시에 울타리를 치고 자물쇠를 잠궜지만
정작 있어야 할 시는 항상 사라지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나에게 큰 공부였다
지키고 싶은 것들,
소중한 것들은 늘 그렇게 쉽게 사라진다는 것을
나는 깨닳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시를 쓴다는 건
사랑과 이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동안 내 곁에서 확 달아오른 얼굴로 서 있던 단풍나무도
술잔의 수위를 줄어들지 못하게 했던 이별의 고통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과 이별이 뒤바뀐채 몸을 바꾸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럴때마다 나는 시를 불렀고, 아니 불려갔고
시를 써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시는 이 세상에서 사랑이 되지 못한
이별의 모든 감정이 담겨져 있다
나의 시가 길어진 이유 또한 그것이다
할말이 많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세상을 바라보면 끝없이 시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잠시 펜을 놓아두고 평화롭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한때 최선을 다해 고뇌했고, 방황했다
내가 죽어서도 남겨야만하는
숙명이라는 이름의 시를 위하여...
이제 그 이름은 여러분들에게 돌려드리려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랑받는 그 날이 올때까지
(2003년 6월 9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