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나의 시 쓰기가 20년이 되었으나
지금도 시는 내게 너무 어렵다
첫 시집 <길이 길을 묻는다> 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놓는다
그러나 부끄러운 마음이다
아직도 내 시의 소재는 어린 시절 산촌에서 살던 자연에서 나온다
전에 발표된 산과 소년이란 시가 어릴 적 살던 산촌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산과 소년>
해 뜨면 소년은 산에 오른다
너 왔니 산은 빙그레 웃는다
다람쥐 토끼와 뛰놀다 배고프면
소년은 투정부린다
산은 곰딸기 멍석딸기 내놓는다
개금과 알밤을 준다
때로는 산머루와 다래를 주기도 한다
땅거미가 지면 할머니는 산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소년을 큰 소리로 부른다
밤 되면 심심한 산은
소년의 오두막 집 삽작문까지 내려와
그림자 무서워하는 소년 밤새 지켜준다
그 모습 바라보던 새벽별
수줍음 많은 소년에게 전해주라고
무지개 꿈 한 다발
산의 왼 손에 슬며시 쥐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