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소낙비처럼 지나갔다.
동생은 장애인이 되었고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셨으며
검은 머리에 눈꽃 내려앉은 어머님까지
먼 길 가셨다.
그 사이, 내 글의 문체와 감성은
빛을 잃어갔으며, 천둥과 벼락을 견뎌야 했다.
일상이 바뀌고 생각이 달라졌으며
사람에 대한 애정도 시들해졌다.
그러나 여기 주저앉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세상의 모든 진실은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절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다.
살아야겠다.
살아봐야겠다.
그때까지 눈뜨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