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잠자던 내 속내의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한생의 먹거리가 되어준 작은 텃밭에 호미를 든 시간이 망중한의 여유였다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은 몰입의 기쁨을 선사하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산문에 얹힌 시는 스무 해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펴낸 다섯 권의 시집에서 발췌했다. 마음에 기억과 애증으로 남아있는 시편이다. 내 몸에 닿은 지문이 시가 되었고 생각과 경험의 파편은 글이 되었다.
지난한 과거사와 가족사, 이웃, 소소한 생에 대한 참견이 대부분인 글이다. 봄이면 나물 뜯고 감자밭 매고 옥수수 따서 쪄 먹던 희열도 보탰다. 한마을 600년 문중 산하는 조상님의 청백리 영화榮華와 동행하는 아름다운 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