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여백이 좋았습니다
간결해서 좋았고
뒷모습이 넓어 매력이 있었습니다
삶이 가는 길은 강물 같아서
산천을 얼싸안고 굽이 돌아
여울목마다 부대끼며 부서졌지만
웅덩이를 만나 함께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때론 바람 불고 먹구름이 성할 땐
흙탕물에 젖어 맑음을 잃었지만
영광은 시련 위에 피는 꽃
끝난 것 같아도 다시 시작입니다
메마른 갈증 적시고 다시 강으로 갑니다
늦은 시작이지만 행복한 시간
갓 피어난 연둣빛 이파리를 위하여
남은 여백 채우러 걸음을 재촉합니다
하얀 여백이 있어 생은 아름답습니다
열정으로 지도해 주신 이경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창작의 기쁨을 같이 나누던 선후배님과
늘 미소로 격려해 준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2020년 여름 용인 수지에서
윤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