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햇살이 아름답고 황홀하다. 평소 계절 변화에 민감한 편이 아니었는데 금년에는 모든 게 새롭고 한없이 감사할 뿐이다. 장롱 속 깊은 곳에 곱게 넣어 두었던 옷 한 벌을 꺼내 입었다. 작은 구김조차 아름답다. 바람결에 날리는 옷자락의 한들거림이 새뜻하니 생기가 돈다. 새로운 관계의 설렘이 만상(萬祥)으로 번진 듯하다.
‘서니의 수필’1집 출간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다. 멀리 뛰기 위해 도움닫기가 길어졌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맞이하는 것처럼, 새 생명이 탄생하듯 작품으로 다가올 때의 행복함이 있다. 부엉이 살림하듯 켜켜이 쌓아 놓은 작품에 생기를 넣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내주고 싶었다. 일상의 소소한 삶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과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