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해 주어야 할 의무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십여 년 전 어느 가을날 직장에서 밤늦게 귀가한 나는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세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동안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며칠 동안 궁리한 끝에 나는 결국, '그것은 자식들의 인생에 충실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아버지로서, 인생의 선험자로서 내 나름대로 경험하고 느낀 바를 담아서 '아이야, 인생이란 이런 것이란다.'라는 류의 편지를 써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