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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안준철

출생:1954년

최근작
2023년 9월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여름을 탔다. 늦은 봄부터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맥을 못 췄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름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은퇴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아침 연꽃을 만난 뒤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여름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덕진연못으로 달려갔다. 연못에서 연꽃이 자취를 감출 무렵 먼발치에서 가을이 서성이고 있었다. 연꽃과 가을의 교환은 최대 교역이었다. 연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시를 한 편씩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을 떠나보냈다. 여기에 모아놓은 연꽃 시편들은 그 고맙고 황홀했던 시간의 흔적들이다. 이 일곱 번째 시집을 연꽃과 자전거에게 바친다.

나무에 기대다

나무에게 기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무도 나에게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장딴지 힘만으로 동력을 만들어 나무에게 나를 데려다준 자전거가 고맙고 미덥다. 비가 오는 날도 가장 소박한 도구인 우산이 있어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모아놓은 시들은 주로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일기처럼 한 편씩 써나간 산책시들이다.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 것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가난한 시에 보내준 따뜻한 눈빛들이 시리도록 고맙다.

별에 쏘이다

시에게 미안했다. 8년 남짓 쓴 것이 고작 이거란 말인가? 나도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다가 애꿎은 시를 타박한 듯싶어……. 욕심도 없이 나를 찾아와준 시여, 미안하고 고맙다.

생리대 사회학

반평생 몸담았던 학교와 아이들을 떠나온 뒤,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따라 구순을 바라보고 계시는 장모님 댁에 동무해 드리러 가는 것이 일이 되었다. 연속극 재방송을 같이 보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 철이 들기도 전에 너무도 일찍 돌아가신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눈에 밟히곤 했다. 어머니는 내게 몸만 주신 것이 아니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쓴 시 비슷한 것을 보시고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때의 기억이 나를 버티게 한 것은 아닐까. 시를 쓸 때마다 내 삶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괴로워하면서도 말이다. 두 분 어머님께 이 시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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