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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장세련

최근작
2023년 12월 <보물을 찾아라>

그대의 첫날에게

한 때 편지 쓰는 날이 있었다. 소식을 전하는 유일한 방편이었던 편지가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라 낡은 문화의 뒤편으로 사라지던 시점이다. 체신부에서 매달 마지막 날을 편지 쓰는 날로 정했다. 1982년 12월 31일부터 시작했던 캠페인이었다. ‘매달 마지막 날은 편지 쓰는 날’이라는 로고를 새긴 통상엽서가 생겨났다. 같은 로고를 새긴 기념품으로 병따개를 받은 기억도 또렷하다. 멀리 떨어져 사는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할 때, 말로 전하기 쑥스럽거나 감흥이 사라지기 쉬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때, 편지만큼 상대의 마음을 흔연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말로 하는 것보다 정도 더 느껴진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도시락에 종종 쪽지 형태의 편지를 적어 넣었다.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 할 일을 편지로 적어 두기로 했다. 엄마의 부탁 편지는 말보다 효과적이었다. 체신부의 캠페인에 괜히 설ㅤㄹㅔㅆ다. 매월 마지막 날마다 부지런히 편지를 썼다. 그러다가 매달 첫날 안부 묻기로 바꿨다. 방법은 문자메시지로 전하는 짧은 안부였다. 기본 전화요금에 추가되는 멀티메시지가 되지 않도록 제한된 글자 수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인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첫날의 편지는 SNS의 활성화에 따라 조금씩 길어졌다. 처음에는 스무 명 정도였던 수신인도 지금은 열 배쯤 늘었다. 좋은 시를 읽으면 함께 읽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소소한 일상을 전하면서 새로이 맞는 달에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딱히 답장을 받자는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1년 이상 무반응인 이들에게는 편지 쓰기를 중단했다. 혹시라도 귀찮게 여기는 마음을 모르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였다. 이 책은 그렇게 보냈던 편지들로 엮었다. 15년여를 보냈지만 2015년 3월부터 시작되는 편지들이다. 보낸 편지를 책으로 엮을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보관을 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다가 2년쯤 전부터 지인들이 더러 책으로 엮길 권했다. 흘려들었던 말을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는 지인 M 덕분이다. 그녀는 2015년 3월부터 내 편지를 받기 시작했단다. 하도 좋아서 매달 받은 편지들을 PC에 옮겨 보관했다며 보내주었다. 편지의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 다만 편지에 인용했던 시들이 많이 바뀌었다. 저작권 문제로 생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임을 밝힌다. 더러 편지의 내용과 어울림이 어색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아는 시인들의 시를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된 건 감사할 일이다. 사정상 빠졌던 서너 달 분 편지도 그 당시 적어두었던 단상들을 바탕으로 채웠다.

꽃보다 예뻐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이 더 중요하답니다. 그 마음에서 싹트는 사랑, 그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이지요.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만드셨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도 사랑하기로 해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꽃을 잘 가꾼다고 해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거예요.

마법의 지팡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소원이 있나요? 단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마법의 지팡이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런 지팡이가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 정말 궁금해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어린 친구들로부터 소원 쪽지를 받아 본 적이 있어요. 어린 친구들의 소원은 저마다 달랐어요.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어요. 천하장사처럼 힘 센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 되게 해 주세요. 언제나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원은 갖가지였어요. 대부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소원들이었어요. 그런데 동생이나 형, 언니나 오빠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원 쪽지도 있었어요. 생각하면 빌어서는 안 될 소원이지만 선생님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오래전에 그런 소원을 가졌던 어린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소녀는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세 살 터울의 오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남몰래 품었어요. 툭하면 오빠한테 맞았는데 그럴 때마다 속이 많이 상했지요. 그렇다고 같이 대들어서 때릴 수는 없었어요. 힘도 없었지만 오빠를 때리는 건 부모님께 크게 꾸중을 들을 일이니까요. 부모님이 가장 강조한 것이 형제간의 우애였거든요. 동생이 오빠한테 대드는 건 우애를 망가뜨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그러다가 딱 한 번 소원을 이룬 적이 있었어요. 꿈속에서였지요. 오빠가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예요. 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잠시 외출을 한 것도 아닌데 오빠가 연기처럼 사라진 거였어요. 소녀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어요. 툭하면 심부름을 시키는 오빠가 사라지고 나니 책도 마음대로 읽었지요. 오빠의 짜증 때문에 늘 눈치를 봐야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졌어요. 소녀는 마냥 홀가분했어요. 꿈을 깨고 나서도 소녀는 가끔씩 그런 꿈을 다시 꾸려고 애를 썼어요. 꿈이 마음먹은 대로 꾸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현실에서는 오빠가 사라지는 일이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어서 꿈에서라도 다시 소원을 이루고 싶었지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 오빠에게 큰일이 일어났어요. 오빠가 물에 빠진 옷을 말리려고 불을 피웠다가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은 거예요. 소녀는 오빠한테 왠지 미안했어요. 마치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빌기라도 한 것처럼 죄를 지은 마음이었어요. 오빠의 방학 숙제를 도와서 학교에 갖다 내면서 소녀는 새로운 소원을 갖게 되었어요. 오빠가 빨리 낫는 것이지요. 다행히 다리에 보기 싫은 흉터가 크게 남았지만 오빠는 정상적으로 걷게 되었어요. 오빠의 신경질은 더 늘었어요. 성격도 더 까다로워졌지요. 소녀뿐만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오빠의 눈치를 보는 날이 늘었어요. 소녀가 더 힘들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렇지만 소녀는 다시는 오빠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품지 않게 되었어요. 신경질을 많이 내도, 주먹질을 해도 건강한 오빠가 있는 것이 가족의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소녀와 오빠는 둘도 없이 친한 남매지간이 되었답니다. 형제나 자매는 부모님 다음으로 가까운 사이예요. 그러면서도 어쩌면 가장 많이 다투는 사이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늘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지요. 하지만 다툰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다툼은 서로 생각이 달라서 일어나는 것이거든요. 그런 다툼을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히고, 이전의 관계에서 부족했던 부분도 깨닫게 되지요. 그런 다음엔 누구보다 더 친해지는 것이 형제 자매랍니다. 『마법의 지팡이』를 읽으면서 생각해보세요. 단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팡이가 생긴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가장 좋을까. 선생님의 소원은 정해졌어요. 어린이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쁜 소원을 한 가지씩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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