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사라지고 영웅적인 존재마저 홀대받은 이 시대에, 사회 곳곳을 뒤적이며 주저 없이 골치 아픈 것을 파헤쳐놓고 그 개선책을 주장하는 ‘별종’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웃의 시각으로 보면 별종일지언정 그들은 분명 자신의 일신영달보다는 사회의 발전과 주위의 행복에 더 가치기준을 두고 있다. 남들처럼 가만히만 있어도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이 확보가 되어 있음에도 그들은 기득권에 미련을 두거나 침묵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객기쯤으로 과소평가를 했지만 한명수가 법관 재임명 탈락이라는 수모와 불이익을 당하면서 주장했던 사법개혁은 현재 많은 부분 성취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노후생활이 보장될 교수직을 걸고 로스쿨제도의 모순과 파행적인 운영을 지적하며 그 개선책을 제시했다. 아무리 로스쿨 교수들과 졸업생을 포함한 재학생들이 그를 공적으로 몰아놓고 온갖 모함과 비난을 퍼부어도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지난 날 서슬 퍼렇던 독일 나찌당의 만행을 폭로하여 하이델베르크 대학관계자와 대중으로부터 집중적 공격을 받았던 평화주의자 에밀 굼벨 교수처럼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