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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윤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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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해설이 있는 영시>

윤정묵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교 영문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남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저서로는 『예이츠와 아일랜드』, 『예이츠의 작품에 나타난 성과 사랑, 그리고 정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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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예이츠의 작품에 나타난 성과 사랑, 그리고 정치> - 2010년 9월  더보기

이 책은 필자가 최근 십여 년에 걸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제목에서 밝힌 대로, 모두 성과 사랑, 그리고 정치의 주제를 통해 예이츠(W. B. Yeats)의 작품과 삶을 살펴본 글들이다. 열 편의 글 가운데에서 일곱 편은 주로 예이츠의 작품을, 두 편은 그에게 큰 영향을 준 두 여성 모드 곤(Maud Gonne)과 아내 조지 예이츠(George Yeats)와의 관계를, 그리고 나머지 한 편은 탈식민주의와의 관계를 다룬 것이다. 작품을 다룬 일곱 편 가운데 한 편은 희곡 작품을, 나머지는 모두 초기에서부터 마지막 시기까지의 시 작품을 다루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1994년에 출판된 『예이츠와 아일랜드』 이후의 예이츠에 대한 연구 성과를 모은 것이어서 나름대로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예이츠와 아일랜드』의 집필은 필자에게 영국 시인이 아닌 아일랜드 시인으로서의 예이츠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값진 체험이었다. 그가 아일랜드 시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과 갈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시의 영광으로 끌어올린 그의 위대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필자는 그의 작품에 나타난 성과 사랑의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서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고 뛰어난 시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들을 쓰면서 필자가 느꼈던 놀라움과 즐거움을 예이츠의 작품을 읽는 여러 독자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예이츠의 작품에 드러난 성과 사랑의 주제와 관련하여 대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많은 경우에 성과 사랑의 문제가 아일랜드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그의 여러 작품들 안에서 성과 사랑의 주제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됨으로써 독특한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된다. 성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예이츠의 작품들을 읽을 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정치적 의미를 함께 읽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예이츠 생애의 전 시기에 걸쳐 확인되지만, 특히 후기로 갈수록 더 명백해지고, 그 어조도 강력해진다. 이는 성과 사랑에 대한 예이츠가 생각과 태도가 초기의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것으로부터 육체와 영혼이 어우러진 실제적인 것으로 바뀐 데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독립 이후의 아일랜드 사회가 극도로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방향으로 변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성과 사랑에 대한 시인의 새로운 인식이 그 인식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정치 현실과 맞부딪치면서 예이츠 특유의 뛰어난 작품들이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성과 사랑의 주제와 관련하여 예이츠의 삶과 작품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점은, 성과 사랑의 문제가 항상 문학 창작의 문제와 깊이 관련된다는 점이다. 마리오 프라즈(Mario Praz)의 지적대로, 예이츠에게 있어서 성과 사랑은 문학창작의 주요 동기이자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xv). 그가 젊은 시절에 만나 상당한 기간 동안 사랑했지만 끝내 결혼할 수 없었던 모드 곤과의 관계는 영문학사에서 거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불행한 사랑의 체험으로 인해 그는 50∼60편의 주옥같은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세간의 비난과 조롱을 감수하면서 69세의 늙은 나이에 회춘수술(Steinach operation)을 받고, 그 이후 여러 젊은 여성들과 사랑의 관계를 갖는 등,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성과 사랑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던 것도 쇠퇴해 가는 성적 능력을 단순히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창작력의 위기로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노년에 이르러서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사실의 이면에는 어느 정도 이러한 생각과 태도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예이츠의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성과 사랑만이 아니지만, 그는 어느 시인 못지않은 뛰어난 사랑의 시인이었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세상을 떠난 지 7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점은 인간의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글들은 필자가 1999년부터 2009년에 걸쳐 한국예이츠학회에서 펴내고 있는 『한국예이츠저널』에 발표했던 논문들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옮긴 것임을 밝혀둔다. 단순히 표현상의 수정을 가한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그 제목에서부터 본문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일부 혹은 상당부분을 고쳐 쓰기도 했다. 이 책의 각 장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논문의 제목과 게재 학회지 『한국예이츠저널』의 권수는 다음과 같다. 1장 「문학과 성, 그리고 정치: 예이츠의 초기 시를 중심으로」(22권) 2장 「「1916년 부활절」과 여성」(24권) 3장 「늙음, 욕망, 그리고 상상력-『탑』의 세 작품을 중심으로」(26권) 4장 「미친 제인, 예이츠, 그리고 아일랜드」(16권) 5장 「예이츠의 시에 나타난 성: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의 여자」 읽기」(13권) 6장 「예이츠의 최후의 삶과 시: 성과 사랑의 주제를 중심으로」(20권) 7장 「예이츠 희곡의 정치적 측면에 대한 고찰」(10권) 8장 「예이츠와 탈식민주의」(28권) 9장 「예이츠와 모드 곤」(11권) 10장 「시인의 아내 조지 예이츠」(32권) 이 자리를 빌려, 위 논문들을 쓰고 그것들을 이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원고를 함께 읽어주며 좋은 조언과 함께 격려를 보내준 아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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