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엔 이제 참새가 없다
사람과 낙엽들이
뒤섞인다
서걱서걱
사는 건 왜 매양
이리도 어설픈 걸까
마음 하나 가벼우면 뭘 해
바람불면
떠나질 걸
가슴 어딘가 쓸어보며
아련들이 살고 있는 창고
하나쯤은 품고 살기를
눈이 올 듯한
쌀쌀맞은 회색 커튼
그 속엔
꺼내지지 않는 열정 하나
전설처럼 움크리고 있다
서로 다른 갈잎들이
냉랭하게
몸 부비며 부딪히듯
사람들 속으로 섞여
사람들과 어울려
몸 부비며
치유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게 내일이다
아무도 아무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심지어는 자신에게도
영영 해답을 주지 않는
무능한 삶 그리고
무표정한 생
내일이라 포장된
그 길을
속으면서도 가고 있다
종국에 미생물 뒤에 숨을 바에야
차라리
끓임 없이 묻다가,
물어보다가
저 우주의 번호 없는 원소로
남아있고 싶다
그게 나의 글이고, 길이고, 내일이고
열정이고, 치유라 믿는다
삶을 사랑해야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