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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황경신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대한민국 부산 (처녀자리)

직업:잡지편집장 소설가

기타: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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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달 위의 낱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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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국경을 통과할 때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땅을 박차고 노을 진 하늘 끝으로 날아갔다. 그는 무심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으나 나는 심장이 뛰었다. 경계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경계를 동경하는 일생의 모순에 쩍하고 금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땅 위에 그어둔 선 하나는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또한 그렇게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이제 자유롭게 그 경계를 넘나들면 좋겠다.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껴안고 가벼움으로 무거움을 날아오르게 하면 좋겠다. 하늘의 노을빛이 푸른 바다를 물들이듯. 새 한 마리 땅을 박차고 영원으로 날아오르듯.

모두에게 해피엔딩

황경신의 남은 이야기_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잖아, 그렇지?” 안녕. 한때 내 상상의 주인이었던 그대. 지금 그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 미소를 짓고 있을지, 혹은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나에게 이야기해주길 바래. 그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난 사랑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 사랑을 믿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커서, 그 정체를 알고 싶은 마음이 너무 깊어서, 하지만 그건 너무나 불안하고 어두워서, 감히 믿을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 사랑 앞에서 언제나 난, 갓 구운 예쁜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그래서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케이크를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아이가 되었지. 사랑이란 건, 그대와 나 사이에 존재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그건 어쩌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세계로부터 잠시 왔다가, 우리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것일 거야. 그대와 함께한 시간보다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고, 사랑해서 행복한 시간보다 고통받는 시간이 길었던 건, 처음부터 사랑이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던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억울한 기분이 들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휘둘렸던 걸까. 아주 사소한 어긋남, 아주 작은 실수, 알아차리지도 못한 미미한 오해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던 거야. 하지만 우리의 잘못도 있지. 우린 겁 많은 어린아이들이었어.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헤어져 있었던 거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야. 언젠가 내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대. 변명 같지만, 그대가 지배했던 내 기억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이것 봐, 난 이제 과거형을 쓰고 있잖아. 그대가 나를 이끌고 갔던, 그토록 어지럽고 막막한 숲을 빠져나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채일까. 어찌 되었거나 나는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어. 우린 그렇게 살도록 되어 있었던 거겠지. 우린 꼭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야. 혹은 사랑이 우리에게, 꼭 그만큼만 허락했던 거겠지. 그래도 그 시절, 어리석은 내가 그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 세계가 끝날 때까지 지니고 갈 기억들을 그대와 나누어서 다행이야. 혹시 내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만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대가 숨 쉬고 있는 동안에는, 끝낼 수가 없는 이야기니까.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그대는 마음을 놓아도 좋아. 그냥 미소 지어도 좋아. 우리가 소중하게 들고 가던 케이크는 부서져버렸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해도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았잖아. 그대와 만나서 기뻤고 슬펐고 울었고 웃었고 기억하고 또 잊었잖아. 나 없이 행복한 그대, 아마도 이 세계는 이렇게 끝날 거야. 그것으로 족한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잖아, 그렇지? 안녕,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대.

모두에게 해피엔딩

언젠가 내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대. 변명 같지만, 그대가 지배했던 내 기억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이것 봐, 난 이제 과거형을 쓰고 있잖아. 그대가 나를 이끌고 갔던, 그토록 어지럽고 막막한 숲을 빠져 나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채일까. 어찌 되었거나 나는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어. 우린 그렇게 살도록 되어 있었던 거겠지. 우린 꼭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야. 혹은 사랑이 우리에게, 꼭 그만큼만 허락했던 거겠지.

반짝반짝 변주곡

「반짝반짝 변주곡」은 빠르거나 느린, 부드럽거나 강렬한, 즐겁거나 애처로운 선율들로 이루어져 있다. 조그만 시냇물이 산길을 돌고 돌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느낌이다. 모퉁이를 돌아 만난 새로운 세계에 환호를 지르기도 하고 바위를 만나 당황하기도 한다. 오목한 틈 사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비탈길을 신 나게 달려 내려가기도 한다. 하릴없이 져버린 꽃잎을 껴안고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바람 소리에 맞춰 찰랑찰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반짝이는 세계, 반짝이는 슬픔, 그리고 반짝이는 마음이다. 그러나 뒤돌아보지 않고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마음이다.

밤 열한 시

삶에 중독되어 있는 혹은 마비되어 있는 낮의 시간이 다 지고 또 한 번의 밤이 깊어질 때마다, 여행을 끝내고 막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차가운 물을 마시고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반이고, 누군가 다정한 사람을 만나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반이다. 주저하는 마음이 반이고 무모한 마음이 반이다. 오늘과 내일이, 기억과 망각이, 희망과 절망이 반반씩 섞인 그런 시간은 흐릿하면서도 투명한, 비 내리는 밤하늘의 색깔을 닮았다. 마음이 풀려가고 조여지고, 사람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생각이 달려가다 멈춘다. 그렇게 갈팡질팡이고 그렇게 단호한 시간이 밤 열한 시다. 우리가 만약 밤 열한 시에 함께 있다면, 그런데 아직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의 맨마음을 이미 들여다본 것이다.

생각이 나서

변하고 사라질 것들에 너무 무거운 마음을 올려놓지 않으려 한다. 내일이면 변할지도 모를 사랑을 너무 절실하게 전하지 않기로 한다. 아주 오래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꼬깃꼬깃 접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단 어느 날 지나치는 걸음을 문득 멈추고 조금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리석도록 깊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말이다. 생각이 나서. 라는 그 말은.

생각이 나서

변하고 사라질 것들에 너무 무거운 마음을 올려놓지 않으려 한다. 내일이면 변할지도 모를 사랑을 너무 절실하게 전하지 않기로 한다. 아주 오래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꼬깃꼬깃 접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단 어느 날 지나치는 걸음을 문득 멈추고 조금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리석도록 깊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말이다. 생각이 나서. 라는 그 말은.

생각이 나서 (2017 플래너 세트)

국경을 통과할 때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땅을 박차고 노을 진 하늘 끝으로 날아갔다. 그는 무심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으나 나는 심장이 뛰었다. 경계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경계를 동경하는 일생의 모순에 쩍하고 금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땅 위에 그어둔 선 하나는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또한 그렇게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이제 자유롭게 그 경계를 넘나들면 좋겠다.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껴안고 가벼움으로 무거움을 날아오르게 하면 좋겠다. 하늘의 노을빛이 푸른 바다를 물들이듯. 새 한 마리 땅을 박차고 영원으로 날아오르듯.

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살아 날뛰는 생각들을 어르고 달래며 무슨 대책도 없이 사랑에 잠긴 나를 견디던 시간이 있었다. 맨살에 닿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억을 화분에 심고 일상의 먼지로 켜켜이 덮으며, 못생긴 상처나 울퉁불퉁한 슬픔이 꽃이나 나무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이 들지 않는 밤과 꿈이 많은 밤이 교대로 드나드는 사이, 너의 아름다움을 구체에서 추상으로, 직유에서 은유로 바뀌어갔다. 사랑은 무력해지고 길은 흐릿한 안개로 가려질 즈음, 기억의 화분에서 말 한마디가 돋았다. 언젠가 내가 네게 건넸던, 어리고 어리석고 불안한 그 말. 나에게는 무거웠고 너에게는 가벼웠던 그 말. 생각이 나서.

생각이 나서 세트 - 전2권 (2018 다이어리 세트)

살아 날뛰는 생각들을 어르고 달래며 무슨 대책도 없이 사랑에 잠긴 나를 견디던 시간이 있었다. 맨살에 닿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억을 화분에 심고 일상의 먼지로 켜켜이 덮으며, 못생긴 상처나 울퉁불퉁한 슬픔이 꽃이나 나무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이 들지 않는 밤과 꿈이 많은 밤이 교대로 드나드는 사이, 너의 아름다움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직유에서 은유로 바뀌어갔다. 사랑은 무력해지고 길은 흐릿한 안개로 가려질 즈음, 기억의 화분에서 말 한마디가 돋았다. 언젠가 내가 네게 건넸던, 어리고 어리석고 불안한 그 말. 나에게는 무거웠고 너에게는 가벼웠던 그 말. 생각이 나서.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꽃을 피우는 사람이면 좋을까, 꽃이 지는 동안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도 좋을까. 말없이 기다리고 대답 없이 돌아서고 그러다가 사라지는 사람은 또 어떨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일들을 꼭꼭 눌러 담고 세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까. 사랑을 궁리하는 내내 폭설이 내리다 그치고, 소나기가 퍼붓다 무지개가 뜨고, 여명과 노을이 자리를 바꾼다. 한 장의 종이나 한 잎의 꽃잎처럼 얇고 어리석은 마음이 흔들리고 출렁이며 흘러가다가,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길을 잃는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될까, 생각에 뒤척이는 동안, 당신은 어느새 멀어지고 희미해진다. 그래서 나는 어떤 흔적으로 남는다. 펄떡이는 심장과 슬픔의 열매들, 아보카도와 라임과 아스파라거스의 흔적. 혹은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갈망했던 흔적. 어딘가에 또렷하게 새길 수는 없어도, 언제까지나 지워지지는 않을 흔적이다.

초콜릿 우체국

1997년 9월부터 최근까지, 『PAPER』를 위해 내가 쓴 글들 중의 일부가 담겨 있다. 오른손 혼자 춤추고 노래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뭔가 상실되어 있는 것, 뭔가 결여되어 있는 것, 뭔가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늘 오른손에게 있었다. 오른손은 끝없이 결여된 무언가를 찾고 싶어했다. 여기 실린 글들은, 하나의 작은 물길이 다른 물길을 만나, 다른 세계로 들어서려는 과정들이라고 믿고 싶다. 혹시 내 글 속에 어떤 울림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 왼손의 힘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노래도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한입 코끼리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세상에는 그런 소유도 있어. 잡을 수 없어도 볼 수 있는 것. 마찬가지로 볼 수 없어도 마음에 담아둘 수 있는 것도 있지. 이를테면 기억 같은 것.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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