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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노경실
2001-08-24

  동화를 창작하고, 신문에 칼럼을 쓰고, 외국 책을 번역하고, 어린이 책을 기획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작가.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노경실 작가의 사무실에서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여러 그림들. 그 중에서도 조카가 그렸다는 두 장의 그림은 '여기는 동화작가의 사무실입니다'라고 이야기하듯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어린이 담당 유여종, 이예린)


나는 이런 사람

알라딘: 선생님을 잘 나타내는 사물 다섯 가지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노경실: 강아지, 자전거, 팥죽, 미모사, 튜울립. 이렇게 다섯 가지를 들 수 있겠네요.
강아지는 사람에 대한 충성과 의리가 대단한 동물이지요. 사람 만나는 것을 귀히 여기고 사람들과의 의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닮았어요. 개띠라서 그런지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강아지들과 얘기도 많이 나눠요. 남들은 안 믿지만요... ^^

두번째는 자전거인데요,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핸들을 잡아주면 똑바로 서고, 페달을 돌리는 이상 멈추지 않는 모습이 좋아요. 작가도 마찬가지죠. 자기가 자신의 스승이며 운전자가 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하거든요.

팥죽은 변덕이 심한 사람을 팥죽에 비유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에요. 감정이 무척이나 풍부해서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기분이 바뀌곤 하거든요. 손대면 움츠러드는 미모사도 저와 닮았어요. 남 앞에서는 멀쩡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상처를 많이 받는 점이요.

튜울립 말인데요, 튜울립의 전설 아세요? 옛날 어느 욕심 많은 공주에게 왕, 기사, 부자가 와서 청혼을 했어요. 공주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가 없어 고민하다 죽고 말았죠. 공주가 죽은 뒤 무덤에서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바로 튜울립이에요. 튜울립의 꽃, 잎, 뿌리는 각각 왕관, 칼, 황금 덩어리를 상징하지요. 제가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튜울립이 된 공주를 닮았어요. 그 욕망이 저를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해요.

어, 내가 그린 튜울립은 정말 왕관, 칼, 황금을 닮았네. 내가 봐도 참 잘 그렸다. 그렇죠? ^^

알라딘: 예. 정말 그렇네요. 두 번째 질문인데요, 혹시 좌우명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노경실 : "나는 보편적인 모든 악덕과 싸우기 위해 엄격성을 연마했다."라는 칼빈의 말을 집에도 붙여 놓고, 수첩에도 붙여 놓았어요. 작가는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절제, 연륜, 내공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할 필요가 있고, 시간, 감정, 체력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지요.

알라딘: 글을 쓰는데 지침으로 삼는 말도 있으신가요?

노경실: "많이 울어라"라는 것이에요. 운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의 표시이고,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알라딘: 작가가 되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떤 때인가요?

노경실: 늘 행복해요. 정말이에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작가라는 이름 하나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곤 하죠. 작가이기 때문에 늘 행복할 수 있어요. 저에게 작가라는 직업은 소시민적 괴로움을 풀 수 있는 욕망분출의 출구입니다. 덧붙이자면 힘든 하루를 보내다가도 하나님을 믿게 된 것, 작가가 된 것, 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것. 이 세가지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어요.

알라딘: 혹시 일상 생활 중에서 작은 예를 든다면 어떤 일이 있으세요?

노경실: 제 책이 새로 나온다거나 제가 신문에 난다든가 할 때, 어머니가 무척이나 기뻐하세요. 그런 작은 일들에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저도 행복해지지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

알라딘: 동화를 많이 쓰시니까, 아이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이런 아이, 정말 어린이답다' 또는 '이런 아이, 정말 사랑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노경실: 사람, 개, 벌레… 모두 자기 친구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아이답게 보이고 사랑스러워요. 아이들은 옳고 나쁘고 무섭고… 그런 것들을 가리지 않잖아요. 아직 세상의 편견에 물들지 않은 모습이 바로 '아이다움'이겠지요. 가만히 서서 오줌 질질 쌀 때도 그래요. 수치심 없이 배설의 만족을 누리는 행복한 모습, 세상에 물들지 않은 아이 그대로의 모습이지요.

아, 참 영화 「슈렉」 봤어요? 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예쁘고 날씬하지 않은 공주가 더 통쾌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조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우리 조카가 일곱 살, 세 살인데, 모두 뚱뚱한 공주는 싫다는 거예요. 아, 세 살 조카의 표현에 의하면 '동그란' 공주지요. '동그랗다'는 표현이 아이답긴 하지만, 벌써 이 아이들이 공주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어찌나 섭섭하든지...

알라딘: 사실 아이들이 모두 아이들다운 심성을 간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는 점은 어떤 것인지요?

노경실: 가난한 아이나 병든 아이라도 부모의 사랑 안에 있다면 문제가 없어요.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아이의 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대로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와 사는 아이들을 볼 때죠. 아이의 심정을 모르는 강팍한 부모들이 사는데 지쳐 아이들을 구박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가슴 아파요.

알라딘: 선생님 작품을 읽어보면 일상 속에 숨겨진 아이들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별히 아이의 마음을 알아채는 창구가 있으세요?

노경실: 특별히 없어요. 어떤 아이든 5분만 있으면 친구가 되고, 그냥 자연히 아이의 심정이 느껴지곤 하거든요.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라고나 할까요?

알라딘: 조카들 외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이 있으신지요?

노경실: 책이 나올 때 표지에 항상 이메일 주소를 써요. 그렇게 해서라도 내 책을 읽는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거든요. 바쁜 일들에 쫓겨 긴 이야기는 쓰지 못하지만, 항상 재미있게 읽고 간단하게나마 꼭 답신을 보내지요. 제 e-mail 주소는 inkafka@hanmail.net입니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알라딘: 신작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에 대해 몇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선 이 책은 경쾌하고 흥겨운 느낌이고, 단숨에 써내려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 이 동화를 쓰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셨나요?

노경실: 구상이 끝나고 나서 실제 작품을 쓰는 데에는 정말 며칠 걸리지 않았어요. 글을 쓸 때에는 거의 식음을 전폐하고 거기에 몰두한 채 하루종일 써내려가요. 집중력 있게 쓰는 편이구요.

알라딘: <나는 내가 좋아요>가 나온지 2년 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에서 다시 희진이가 등장했습니다. 나이도 같고 성격도 닮은 두 희진이가 동일인물인가요?

노경실: 예. 동일 인물입니다. 조카 '최희진'이 모델이 되어준 아이예요.

알라딘: 조카 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시는데요, 조카를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노경실 : 예. 조카를 좋아하는 것은 방아깨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소용 없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동시에 글 쓰는 소재가 되어주는 조카들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알라딘: 이 책은 제목도 참 독특한데요, 제목 그대로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선생님께서 열 살이었을 당시 세상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던 적은 혹시 있으신지요?

노경실: 내가 열 살이었던 68년도에는 문화적 경험 창구도 없었고,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사람들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아주 좁은 세상에서 그걸 전부로 알았지요. 지금의 세상은 그와 매우 달라졌지요. 하지만 예전과 지금 모두, 아이들이 나름대로 '세상'이라고 보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외의 작품들...

알라딘: 이제까지 나온 많은 작품들은 그림을 그려주신 분들이 모두 다릅니다. 원래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라고 감동한 작품 혹은 취향에 가장 잘 맞게 그려졌던 작품은 어떤 책인가요?

노경실 : <상계동 아이들>의 그림이 참 좋구요, 그 그림을 그려주신 심은숙 선생님과 호흡이 잘 맞아요. 앞으로도 계속 파트너로 일할 예정입니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에 그려주신 이상권 선생님과도 후속작을 계약한 상태이구요.

알라딘: 의젓하고 씩씩한 복실이(<복실이네 가족사진>), 그저 착하기만 한 형일이(<상계동 아이들>), 깜찍맞은 희진이(<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천진한 갑수(<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 가장 애틋하게 기억되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노경실 : 형일이에요. 죽었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죠.<상계동 아이들>에 등장하는 형일이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장애아였어요. 그런 형일이를 키우며 우울증을 앓던 형일이 어머니가 형일이를 죽이고 자신은 자살했어요. 벌써 2년이 넘은 일인데도 가슴 속에 남아 잊혀지질 않네요.

알라딘: <달려라 막시>, <일학년이 된 엄마와 아빠>와 같이 외국 책을 번역한 적도 있으시지요? 앞으로도 번역 작업을 계속 할 생각이신가요?

노경실: 예. 계속 할 생각이에요. 여러 권의 외국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외국책을 번역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공부에 도움이 되거든요. 또 하나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인데, 번역 작업은 이런 외국어에 대한 욕망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좋아요.

사실 외국어를 굉장히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요. 한국말에 더 친숙해야하는 작가라는 직업상 원하는 만큼 외국어에 정성을 쏟을 수 없지만요. 아마 작가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외국어를 배울 수 있었겠지요.

알라딘: 끝으로 가장 존경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아주세요.

노경실: 작가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로알드 달을 꼽을 수 있겠네요. 악동이면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황당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매력적이거든요. 아이들 책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해학을 깔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면서, 그 밝은 면 속에서 아이들 고민을 녹여내는 작품을 쓰고 싶구요. 책으로 꼽자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 '나니아 나라 시리즈'가 재미있었어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2년 중앙일보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 '누나의 까만 십자가'로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헀고, 1992년에 '오목렌즈'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작품으로 <아버지와 아들>, <지하철을 탄 천사> , <상계동 아이들>, <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천사야 울지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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