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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심윤경
2004-07-22

  단 두편의 장편소설로 독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작가가 있습니다. 데뷔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한 심윤경 씨. 최근 발표한 <달의 제단> 역시 화려한 광고 세례나 집중 조명은 없었지만,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신인이지만 문단에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작가 심윤경 씨.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를 뚫고 씩씩하게, 많은 '알라디너' 분들을 대신해서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문학 담당 박하영, 인문 담당 이예린)


언제나 글을 쓰고 싶었고, 어느날 작가가 되었다

알라딘 :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관련 벤처회사에서 일하셨지요. 이력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문학에 별 관심이 없었을 것 같은데, 소설에 대한 열정은 어떤 식으로 자라났고 유지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글쓰기 수업이나 관련 활동을 하신 적이 있는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나 습작과정이 있으셨는지요.

심윤경 :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3 되던 해 가을에 '동물학과'가 '분자생물학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공부는 퍽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맞았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꼭 한 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지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도 했구요. 그래서 대학원을 그만두고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퇴근 후에 주로 글을 썼구요. 따로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알라딘 : 그런 배경이 소설세계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공계 계열 전공자로서의 글쓰기는 어떤 차이/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심윤경 : 음, 이공계열 사람들의 글쓰기는 보다 실용적이고 간결한 것 같아요. 중심을 정확히 짚구요. 대신에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나 서정적인 측면이 부족하지요. 저도 소설을 쓰다보니, 이 부분이 취약하다는 걸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서정적인 부분을 좀더 강화하려고 합니다.

알라딘 : 전문가로 살다가 소설가로 '전업'한 셈인데, 직업으로 비교해볼 때 어떠신지요.

심윤경 : 현 상황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일단 생계유지가 어렵거든요. 연봉 2, 3천의 월급쟁이 수준도 거의 드물어요. 일부 원로 작가분들을 제외하고는. 10~15년 전만 해도 조금 달랐지요. 지금은 창작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 목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만큼 확고한 작가적 위치를 굳히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지요. 일단 자유로워서 좋아요.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자기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거니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자연스레 자기관리가 되는 거지요.

알라딘 : 매일 아침 규칙적인 시간이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도 있고, 한꺼번에 내리꽂듯 작품을 집필하는 작가도 있지요. 자신은 어떤 글쓰기 패턴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완성하신 첫 작품인가요?

심윤경 : 저는 꾸준히, 규칙적으로 쓰는 타입인 거 같아요. 회사 다닐 때는 퇴근 시간 후를 주로 이용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집에 있을 때는 1주일에 두 번씩 아이를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9시부터 5시까지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에 갔지요. 그전에 아이 때문에 손이 많이 필요할 때는 새벽시간을 이용했구요. 일과가 대강 끝난 후 밤 9시~12시까지 수면을 취하고, 새벽 12시~4시까지 글을 썼어요. 생각해보면 참 힘든 시간이었네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그렇게 쓴 첫 작품이에요. 집필기간은 전부 2년이 걸렸어요. 준비기간 1년, 실제로 쓰는 데 1년. 처음부터 장편을 쓸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보통 원고지 100~200매가 단편 길이야, 라고 말해주었을 때, 이미 500매를 넘기고 있었어요.(웃음) <달의 제단>도 등단 이전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알라딘 : 소설의 첫 번째 독자는 누구신지요?

심윤경 : 친정 어머니요. 남편도 데뷔작 때는 열심히 피드백을 해주더니, <달의 제단> 때는 바빠서 출간된지 한참 후에야 읽었답니다.

알라딘 : 이번에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윤경씨 작품과는 많이 다른 <싸이코가 뜬다>가 선정되었습니다. 다른 상과 변별되는 한겨레 문학상 특유의 정체성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심윤경 : 문학상은 전문적인 완성도보다는 '가능성'과 '새로운 도전'을 중시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 사람이 어떤 글을 써 나갈 것이냐를 보는 거지요. 한겨레 문학상은 아무래도 신문사 주관이니만큼, 문학잡지에서 주는 상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 3개를 독파해 나온 소설, <달의 제단>

알라딘 : 동인문학상 독회에서 선배 작가분들이 <달의 제단>을 읽고 대단히 호평하셨지요. 어떤 분은 '서울 사람이 아닌 거 같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구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궁금합니다.

심윤경 : 안 그래도 <달의 제단>을 읽고 많은 분들께서 문이당 출판사에, 제가 혹시 안동 사람이 아니냐고, 경북지역과 친연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여러 번 문의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100% 서울 사람이에요. 부모님들도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제 체험에서 공간적, 시대적 배경만 따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실제로 인왕산 기슭에 살았거든요. 할머니, 엄마, 아빠, 오빠, 나, 가족구성도 같구요.

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나 장면은 전부 창작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말이 나는 바람에 애꿎은 피해도 있었어요. 오빠는 어렸을 때 난독증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고, 동구 할머니 묘사 때문에 언짢아 하신 친척 어르신들도 계셨구요. 실제로 저희 할머니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옛날 분이셨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이 듭니다.

소설 속 에피소드 중에 단 하나 실제 경험이 있어요. 12.12 때 광화문에서 탱크를 본 기억이요. 바로 그 기억 때문에 제가 소설가가 된 거 같아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서, 나중에 꼭 이걸 소설로 써야겠다 생각했거든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바로 그 부분, 동구가 탱크를 보러 가는 부분을 쓰기 위해 살을 붙여나간 작품입니다.

알라딘 : <달의 제단> 중 언간은 어떻게 쓰신 건지, 생소한 시도였을텐데 어렵지 않으셨는지, 자료의 취재과정도 궁금합니다. <달의 제단>에 대한 독자서평을 읽어보면 '공부를 해서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와 공부를 진짜 많이 했구나' 외에 별달리 구체적인 짐작은 할 수 없는데,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심윤경 : 취재를 가기 전, 관련도서들을 닥치는대로 읽었어요. 종가집 문화와 제사, 전통문화에 관한 책들이요.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 꼭꼭 집어넣고 안동으로 취재를 갔지요. 운 좋게 대종가 불천위 제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일손이 워낙 모자란 탓인지 제사과정에 참여해도 되냐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시더라구요. 거기서 제사음식도 만들고 나르고, 그러면서 분위기를 익혔습니다. 머릿속의 정보에 살을 붙이는 취재여행이었죠.

그리고 언간을 쓰는 건, 우선 국어사전 3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으면서 관련 어휘를 수집했습니다. '언간'이라는 것 자체가 일정한 형식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라 그 형식에 맞추어 쓰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여성을 위해 대속하는 그의 주인공들

알라딘 :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되바라지지 않은, 영악하지 않은 아이가 나오는 성장소설, 무던하고 착한 시선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쿨'한 소설들에 대해 반감을 표하신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자신을 지배하는 세대의식이랄까, 가치관이랄까, 그런게 있으신지? 2편의 장편을 보았을 뿐이므로 단정짓긴 어려우나, 세대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한 이유 또는 자신의 관심의 근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심윤경 : 저는 특히 '소통'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터넷이 열린 공간이라고 해도 소외현상은 여전하고 '포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취재과정에서도 처음엔 조금 걱정했었어요. 서울 사람이라고, 여자라고 배타적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평소 소통에 굶주리신 탓인지 무척 친절하셨습니다. 제가 과장된 경계심을 품었던 거지요. 신과 구, 남과 여, 양쪽 모두가 실제로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저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 발짝만 물러나면, 한 손을 내밀면 모두 이해가능한 관계인 것을.

저도 젊은 사람이니까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잘 들여다보니 근본적으로는 보수적인 사람이더라구요. 옛 가치를 존경하고 더 쉽게 받아들여요. 신기하게도 어렸을 적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저를 참 이뻐하시더라구요. 말도 잘 통하는 편이고. 어른들 틈에서 자란 탓도 있을 테지요. 저는 결국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선 약자라 할 수 있는 동구의 희생으로 가족의 상처가 봉합되었다면, <달의 제단>에서는 제목 그대로 일종의 제의처럼 화재로 소설이 마무리됩니다. 보다 과격해진 결말이라 볼 수 있는데 세대와 세대, 남과 여, 전통과 개혁 사이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소될 수 있다고 보세요?

심윤경 : <달의 제단> 마지막 장면이 과격한 건 이유가 있어요. <달의 제단> 마지막 장면을 다듬는 날이 공교롭게도 탄핵안이 가결된 날이었습니다. 흥분한 마음에,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격하게 끝을 맺게 되었지요. 할아버지에 대한 동정적 묘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 관심을 갖고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고. 저는 젊은 사람들이 한 발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은 우리만큼 못 누리고 사셨으니까요.

알라딘 :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모두 나이와 성이 다른 남성 화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시도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놀랄만한 사실성을 확보했다고 경탄하고 있는데, 실제로 주변에 모델이 될만한 인물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살아오면서 만난 여러 '소년'들에 대한 관찰과 상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심윤경 : 성차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기본적 차이를 인정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사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평소 사람 관찰을 많이 하지요. 아, 저런 캐릭터는 저런 상황에서 저런 제스처, 저런 반응을 보이는구나. 꼼꼼히 기억해두었다가 되살려내는 것이지요. 동구는 실제 모델이 있긴 하지만 비밀입니다.(웃음)

알라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독자)나 <달의 제단>의 상룡(종손)이나 집안 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는 사실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희생양이 됩니다. 동구는 소설 끝부분에서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할머니와 시골행을 택하고, 상룡이는 '달'이 상징하는 여성성에 바치는 제물(희생양)이 되지요. 가부장제를 비판함에 우회적인 길을 택하셨는데요. 다음 소설에서는 혹시 완전히 가부장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은 없으신가요?

심윤경 : 동구나 상룡이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건 일종의 '대속(代贖)'의 의미라고 할까, 그동안 많은 여성들을 억압해온 가부장제의 누적된 죄업을 동구나 상룡이가 대신 받는 거지요. 동구나 상룡이 자체는 선한 인물이지만, 그동안의 죄업이 너무 큰 탓에 희생양이 됩니다. 어쩌면 저는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희생된 여성들(동구 어머니나 정실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나봐요. 만약 완전히 가부장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으면, 소설은 너무 노골적으로 '풍자적'으로 흘러가겠지요. 앞으로도 그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알라딘 : 작품안의 인물 중 특히 애착이 간다거나 동화되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심윤경 : 아니오. 저는 작가란 'director'라고 생각해요. 모든 이의 입장을 골고루 배려해야 하죠. 주동인물과 반동인물, 양쪽의 균형을 잡아야 이야기가 생생해집니다. 제가 '소통'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에요. 나의 호불호를 떠나야 하고,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요. 한 인물에 이입되면 자연적으로 다른 인물에게 배타적이 되지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솔직히 동구 아버지 캐릭터가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소통하는 소설, 전통적인 소설, 이야기는 계속된다

알라딘 : 소설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무어라 정의하고 있는지, '내가 기억하는 최고로 재미있는 소설'을 몇 가지 꼽으라면 어떤 소설을 들 수 있을까요. 독자분들께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나 작가가 있으시다면?

심윤경 : 저는 전통적이고 뚜렷한 서사구조나 틀을 선호해요. 매력적 인물이 등장하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과 양귀자의 <희망>, 이경자의 <정은 늙지도 않아>가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남미 작가들 책을 좋아해요. 또 이경자씨의 <정은...>은 공격적 페미니즘에서 보다 유하게, 우회적으로 변화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인데요. 전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라구요.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면 우선 읽게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뾰족하게 나오면 아예 읽지를 않으니까요.

평소 책 고르는 취향은 일단, 최근 뜨는 책은 잘 안 보구요. 약간 묵혔다가 골라보는 편입니다. 한 번에 몰아서 보지요.

알라딘 : 다음 작품의 계획은? 혹시 단편을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심윤경 : 안 그래도 단편을 쓰긴 했는데, 제가 보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더라구요. 쓰다보면 이야기가 길어져요. 제가 이야기를 중시하고, 호흡이 긴 탓인가 봅니다. 그래도 앞으로 써봐야지요.

<달의 제단> 취재를 하며 만난 경북 안동의 종손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이미지가 고착될 거 같아 고민 중입니다. 필이 왔을 때 쓰긴 해야 하는데, <달의 제단>과 너무 비슷한 배경이라...

집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역학을 1년 째 공부하고 있다는 심윤경 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 수업을 들으러 가셨습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한켠에서 열심히 좋은 책을 쓰는 작가들이 있는 한 한국문학은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한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 두 번째 장편소설 <달의 제단>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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