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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김홍희
2005-02-23

  "즐겁지 않으면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묻는 것이 아니라 찍는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2005년 2월 출간되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는 사진작가 김홍희 씨의 사진노트 <나는 사진이다>입니다.

오랜 시간 프로의 세계에 몸담으며 스스로 터득한 많은 것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털어 놓는, 마음 깊은 사진작가 김홍희 씨를 지난 2월 23일 인사동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열강에 가까웠던 한 시간을 고스란히 전해 드립니다. 사진을 통해 삶을, 사람을 말하는 김홍희 씨의 뜨겁고 유쾌한 사진론, 들어보세요.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인문담당 김현주, 웹기획팀 김성동)


세상의 극선과 극악을 모두 경험하라

알라딘 : 책의 제목이 <나는 사진이다>입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는 다소 생소한 제목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이같은 제목을 붙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홍희 : 사진은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어떤 것을 들여다보냐면 관심이 가는 것을 들여다봅니다. 사람은 자기가 관심을 갖는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거죠. 관심 그 자체가 그 사람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일 자체가 곧 저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나는 사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알라딘 : <나는 사진이다>는 사진과 더불어 글의 비중이 큰 책입니다. 특히 사진에 붙인 캡션이 한 편의 시처럼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사진작가가 그처럼 글을 잘 쓰신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평소에 글쓰기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진과 글을 다루는 일 각각의 작업 방식도 듣고 싶습니다.

김홍희 : 글쓰기를 위해 다른 노력을 하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진이 말을 합니다. 나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받아적는 거죠. 결국은 사진 안에 다 있어요. 가령 책에 있는 바라니시 사진의 캡션도 사진을 찍은 날 저녁에 호텔에 와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면서 문득 생각난 말을 붙인 것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즉발적으로, 직감적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이걸 나중에 제목을 무엇이라고 하고 캡션을 어떻게 붙여야지' 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찍는 것이 아니고요. 순간의 느낌을 잘 담아서 사진을 찍고 나중에 그 사진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받아적는 것이지요. 대신 사진이 말을 하게 하려면 평소에 기술을 부지런히 연습해서 순간을 그대로 담을 수 있어야 하지요. 이런 일은 일정 기간 훈련을 하면 가능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찍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셔터 누르기는 미술의 선 긋기처럼 무수하게, 부지런히 하는 것이고, 그 작업이 끝나면 이제 고를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진에서는 편집, 후반부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걸 잘 하려면 평소에 갈고 닦는 수밖에는 없지요.

알라딘 : 그럼 선생님은 평소에 어떤 노력들을 하세요?

김홍희 : 못된 짓을 많이 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여기저기 극한에 부딪히면서 스스로를 완전하게 해체하는 단계까지 가보는 거죠.

저한테 배우는 한 학생이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다니고, 글도 사진도 아주 잘 합니다. 그 학생이 취재차 중국 상해에 있는데 오늘 아침에 전화를 해서는, 대뜸 "선생님 저 그만두고 서울에 가겠습니다."하는 겁니다.

이 학생이 그곳에서 매매춘을 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나봐요. 그런데 그 여성이 하루에 우리 돈으로 2만원 남짓한 돈을 벌어서는 그걸 전부 마약을 하는 데 쓰고 있대요. 중국에서 마약사법은 엄중한 처벌을 받는데, 그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가 카메라에 담은 사진 때문에 혹시 그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거죠, 가슴도 아프고. 그래서 그동안 찍은 사진을 다 지우고 서울에 오겠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뭐라고 했냐면요, "이 놈의 새끼, 지우긴 뭘 지워. 안 된다. 너는 지금 자신을 철저히 해체하는 과정에 있다. 바라보기 힘들다고 버리려는 마음을 극복해야 사진을 한다. 그 사진이 시간과 공간이 지나서 무엇이 될 지 지금은 모른다. 서두르지 말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될 때까지 사진을 찍어라. 그 문제에 답을 얻지 못하고 돌아오면 결국에는 사진을 그만둔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겁니다. 사진을 하려면 세상의 극악과 극선을 모두 보면서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 평소에 고민하고, 더 고민해야죠. 하지 말라는 것, 안 된다는 것도 해보면서 자신을 넓혀야 합니다. 순진한 것과 순수한 것은 달라요. 순진한 것은 세상을 모르는 거고, 순수한 것은 스스로 때묻은 것을 알고 그걸 스스로 벗겨낼 줄도 아는 거죠. 사진을 하려면 순수해야 합니다.

"사진은 일상이다"

알라딘 :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요즘은 사진찍기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찍는 사진이 늘 비슷하기 마련이라 금새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은데요. 아마추어가 찍는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요?

김홍희 : 가벼운 것이 있으면 반드시 무거운 것이 나옵니다. 사진은 일상이에요. 초등학생의 일기를 보면 처음에는 핵심이 없어요. 일어났다. 씻었다. 밥 먹었다... 그러다가 일상의 핵심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남들과 같은 일과 중에서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핵심, "나는 사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상의 핵심을 담은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제 홈페이지를 보시면 첫 화면에 "사진은 일상이다"라고 나와요. 실제로도 일상에서 찍은 사진들을 많이 올리는데, 꽤 사진을 할 줄 사람들이 와보고서는 그냥 나가요. '김홍희가 사진을 기가 막히게 찍는다는데, 와보니까 별거없다.' 하는 거죠. 작품이라고 이름을 붙여 올린 사진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면서도 그냥 올리면 그런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요, 진짜 훌륭한 사진은 일상에서 나옵니다. 사진을 무엇 때문에 찍냐? 예술을 위해서?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얼마전에 박경랑 선생을 만났어요. 그런데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조명, 최고의 음악을 받으며 춤을 추는 그 최고의 춤꾼이 친구들 앞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다 감고 춤을 추는 겁니다. 이게 삶의 추임새라는 거죠. 그 최고가, 천상의 천녀가 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내려와서 놀아주는 겁니다. 감은 휴지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있다가 잠깐 보일 때, 셔터를 눌러요. 그러면 살짝 웃는 표정이 잡히죠. 그게 사진이고 그 자체로 예술인 겁니다. 일상에서 나와서 삶에 추임새를 탁 넣어주는 그 무엇이요.

알라딘 : 말씀하시는 뜻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좀더 구체적인 기술적 조언을 주신다면요?

김홍희 : 간단합니다. 우선 필이 꽂히면 셔터를 눌러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셔터를 눌러라. 그게 시작이자 끝이에요. 그렇게 하다보면 양이 쌓여요. 그럼 자기가 찍은 사진을 스스로 보게 됩니다. 자기가 찍은 사진을 안 보는 강심장은 없어요. 그렇게 보는 양이 많으면 사진은 자연스럽게 좋아지게 되어 있어요. 양이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진이 그렇습니다.

알라딘 : <방외지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인도기행> 등의 책의 사진 작업을 하셨습니다. 책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으실 때는 먼저 원고를 다 읽고 필요한 컷을 찾으시는 것인가요? 책에 들어가는 사진작업은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홍희 : 보통은 안 읽고 찍어요. 글은 글대로의 이야기가 있고 사진은 사진대로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글 쓴 사람은 글로 열심히 표현하고, 사진가는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열심히 담아오는 거죠. 그걸 적당하게 배분해서 조합합니다. 사진을 따로 떼어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글을 떼어내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럴 때 붙여 놓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거죠.

알라딘 : 작업을 하실 때 대상이 글로 말해지는 것과 다르게 보이는 경우도 있으세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홍희 : 하하하. 일단은 이 사진이 독자한테 갈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찍죠.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조금 그렇지만, 이 책은 나오면 어떤 독자층에서 호응을 얻을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단은 독자가 원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꿰고서 거기에 맞춰요. 그리고 거기에 제 것을 더합니다. 이런 것은 얼핏 보면 보이지 않지만 훈련된 사람들은 읽어요.

알라딘 : 독자를 배려하는 사진찍기와 작가로서의 작품세계를 고집하는 사진찍기 사이에서 갈등은 없으세요?

김홍희 : 가수 조영남씨에게 제 사진집 <세기말 초상>과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동시에 선물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세기말 초상>을 보더니 "이건 왜 현각 스님 사진처럼 안 찍었어?"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형은 아직 멀었어요."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만행...>의 사진을 참 잘 찍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사진은 어느 정로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어요. 하지만 <세기말 초상>에 담긴 사진은 훈련을 똑같이 받는다고 다 찍는 게 아닌거죠. 그런 사진에는 고집이 필요해요.

작가로서의 고집과 독자들의 눈에 맞추는 시력,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것

알라딘 : 이른바 예술사진과 보다 넓은 독차층을 대상으로 한 사진을 동시에 찍으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김홍희 : 어느 기간 이상 노력을 하면 할 수 있어요. 제 친구 중에 한명이 대금을 부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5음밖에 없는 그 악기로 '대니보이'를 불어요. 제가 어떻게 대금으로 그걸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 대답이 "10년 불면 절대 못 부는데, 15년 지나면 된다." 하는 겁니다. 15년쯤 되기 전에는 가르쳐줘도 못 한데요. 근데 15년이 지나면 한데요. 그런 겁니다.

작가로서의 고집과 독자들의 눈에 맞추는 시력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거죠. 그걸 필요한 때에 딱딱 꺼내 쓸 수 있어야 프로인 거고요. 프로는 "너는 무엇을 원하니?"라고 물어줄 수 있습니다. 제가 출판계에 와서 책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을 때는 쉽게 말해서 대리 타자인 거예요. 저쪽에서 홈런을 원하면 홈런을 쳐줄 수 있어야죠. 제대로 된 프로는 자기가 원하는 공만 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공도 칠 줄 알아요. 그래야 진정한 프로인 거고, 프로의 세계를 넘어야 작가도 됩니다.

알라딘 : "프로의 세계를 넘어야 작가도 된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김홍희 : 평소에 자기가 작가네 하는 사람들은 제 것만 할 줄 알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공만 칠줄 아는 거죠. 그런데 진정한 작가는 자기 공도 치고, 남의 공도 치고, 볼도 치고, 홈런도 칩니다. 프로의 세계를 넘어서야 작가로 간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우리가 작가를 오해하고 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에요. 작가로서의 역량은 폭이 넓어야 생깁니다. 폭이 엄청나게 넓어야 깊게 팔 수도 있거든요. 좁고 얕으면 결국에는 표현이 안 되요.

알라딘 : 사진에 대해, 어떤 일을 하는 태도에 대해 한 시간동안 열정적인 강의를 들은 기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분들께 하시고픈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홍희 : 사랑하세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웃음)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5년 일본으로 건너가 Tokyo Visual Arts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이후 일본 잡지에서 현역 학생이자 프로페셔널 포토그라퍼로 활동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1년에는 일본 나라(奈良)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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