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9

"눈이 시리도록 보고 손이 시리도록 셔터를 눌렀다."

알라딘 :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진 작업을 하셨어요?

백성현 : 크리스마스부터 일주일 동안은 스케쥴을 비워뒀어요. 그래서 오늘은 사진촬영이 없었어요.

알라딘 : 가제본 형태부터 원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요. 대략적으로 사진만 훑어봤기 때문에 책내용은 어떤 느낌을 줄까 굉장히 궁금해 했었죠. 막상 출간된 책을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첫 장에 소개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사진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았다-부분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굉장히 풋풋한 느낌이 들었어요.

백성현 : (웃음) 감사합니다.

알라딘 : 저는 솔직히 백성현씨를 코요테의 멤버 빽가로만 알고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사람냄새 난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백성현 : 방송하는 사람들은 사람냄새가 나지 않나요?

알라딘 : 방송인으로서의 빽가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고, 순수한 사진가의 열정이 보여서 '사람냄새 난다'라고 표현한 거에요. 포장된 모습이 아닌, 진실된 인간적인 모습이요.(웃음)

백성현 :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알라딘 : 고등학교 입학 후 보도반 시험에서 탈락했던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카메라를 팔던 때, 장비를 모두 도둑맞았을 때 펑펑 울었다고 하셨는데, 여리고 감수성이 뛰어난 편이신 것 같아요.

백성현 : 글쎄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다보니 감수성이 예민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책에 소개된 일들은 펑펑 울 수밖에 상황들이었어요. ‘삶의 전부’로 여겨졌던 사진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엄청난 절망감을 느꼈던 거죠. 특히나 장비를 모두 도둑맞았을 때는 집안이 부유하지 못한 상황이었요. 어렵게 구입한 고가의 장비를 다시 사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절망적이었던 거에요.

알라딘 : 그 당시에 장비를 몽땅 훔쳐간 범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건가요?

백성현 : 네,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어요.

알라딘 : 혹시, 책에 소개된 때처럼 펑펑 울었던 경험이 그 후로도 또 있었나요?

백성현 : 올해 들어서 처음이기도 했는데 또 펑펑 울었던 일이 있었어요. 최진영씨와 베트남 자원봉사를 갔던 적이었어요. 현지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었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표현을 잘 하지도 않더라구요.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은 많이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오는 날,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아이들이 막 울더라구요. 사실 저는 소리내서 우는 타입이라 잘 울지 않는 편이기도 한데, 참다 참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울음이 확 터졌어요. 그리고 펑펑 울었죠.

알라딘 : 최진영씨와의 베트남 자원봉사에 관한 미디어 기사를 봤어요. 자원봉사 활동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었나요?

백성현 : 사실 오래 전부터 혼자서 자원봉사를 해왔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이었던 때에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2004년부터 방송일을 하게 되면서 수입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힘든 분들께 다만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장애우 공동체를 위한 봉사활동을 처음 하게 됐어요. 한 3년 정도 같은 곳에서 봉사를 하다가 그 후로는 독거노인분들, 백혈병 어린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알라딘 : 책에 소개된 지인은 정지훈, 양동근, 이선웅, 김종완 이렇게 4분인데요, 최진영씨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백성현 : 최진영씨께서 지인분을 통해 제가 봉사활동을 혼자서 해온 이야기를 들으셨나바요. 저를 만나시고는 제 본명을 부르시면서, 봉사 얘기만 하시더라구요. 제가 조용히 해온 일들에 대해서 좋게 봐주셨어요. 함께 봉사활동을 가기로 약속 한 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최진실 사망) 보다 훨씬 전의 일이었어요. 이미 아이들과 약속을 했고, 기아대책측에서도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 할 수 없었어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갔었던 거에요.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분명 고난이 나의 낮은 자리에 높은 계단을 제공해주었음을……"

알라딘 : <당신에게 말을 걸다>가 첫 번째로 집필하신 책으로 알고 있어요. 인터넷 갤러리 포토락보드 (http://photo.naver.com/forum/article/200)에 책에 실린 몇 가지 글과 사진이 게재된 것을 봤어요. 책에 실린 내용 전부가 인터넷에 이미 게재된 것들인가요? 아니면, 새로 집필하신 건가요?

백성현 : 일부만 인터넷에 게재된 것이구요, 대부분의 내용은 새로 집필했어요.

알라딘 : 첫 전시회 때는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염려되어 관람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더라고요. 그 후에도 첫 번째 전시회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나요?

백성현 : 아뇨, 그 후로는 몇 번 정도는 참석을 했어요.

알라딘 :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보면 노출에 대한 거리낌을 많이 갖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인으로서 생활하시는데,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신다는 점이 약간 의아하기도 한데요.. 혹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백성현 :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 있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오랜 기간 동안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겪었구요. 아무래도 그런 아픈 기억들이 원인이 된 건 아닌가 싶어요. 사실, 너무 깊은 이야기라.. 이 정도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알라딘 : 사진 찍고, 단상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신 거에요?

백성현 : 음악 듣고, 영화 보고, 사진 찍으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진을 다시 시작하면서 사진에 어울리는 글을 조금씩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보고 느낀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흥미롭더라구요. 이제는 사진처럼 단상을 남기는 것도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알라딘 : 책이 출간됨으로써 또 노출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주목 받게 되는데요, 자신에 관한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 같아요.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백성현 :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어요. ‘내가 책을 내면 사람들이 비웃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겁이 났어요. 오래 고민한 끝에 저의 진심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알라딘 : 첫 번째 에세이와 각종 전시회를 통해서 독자들, 관람객들께 어떤 걸 기대하시나요?

백성현 : 저를 ‘사진찍는 백성현’으로만 봐주시면 좋겠어요.

알라딘 : 기대한 바가 이미 이루어지신 것 같은데요? 제게는 ‘사진에 대한 열정을 지닌 백성현’으로만 보였거든요.(웃음)

백성현 : 감사합니다.(웃음)

알라딘 : 사진을 빼놓고는 백성현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에서 사진이 큰 의미를 차지하는 것일텐데요, 사진을 찍는다라는 행위 이상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사진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 드는 느낌이라든지 감정이 있다면?

백성현 : 사진은 타협이 없다는 거에요. 계획하고 연출하고 결과물을 얻는 그 순간까지 전과정을 제가 혼자서 책임지는 거죠.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아, 바로 이거!’라는 생각을 해요.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을 찍어서 처음 느낌대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엄청난 희열감을 느껴요.

알라딘 : 사진과 단상을 남긴다, 일기와 같은 효과를 낼 것 같아요. 내면의 관찰을 통한 치유과정으로써 말이죠. 제 경우에도 매일 디카를 소지하고 다니는데요, 디카로 찍은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일기와 같은 효과를 경험하거든요.

백성현 : 네, 그런 효과도 있죠.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이유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매료되었어요. 사진 작업을 전문적으로 많이 하게 되면서 사진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 거구요.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잊혀진다는 게 속상하고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사진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게 해줄 수 있어요. 물론, 사진과 함께 글을 남기는 것도 그런 효과를 내는 거죠.

알라딘 : 현재까지 찍은 모든 필름을 다 간직하고 계세요? 굉장히 많은 양이겠네요?

백성현 : 네, 전부 보관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쌓일지는.. 감이 오질 않아요. 필름, 현상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알라딘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사진일을 하면서 얻은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백성현 : 소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께서 저의 사진과 글을 좋아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미니홈피를 통해서 저의 사진과 글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결국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는 거에요. 사진이 무작정 좋아서 시작한 건데 사진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어요.

알라딘 : 무료사진강좌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백성현 : 중고등학생 및 20대 초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50명씩 3달 동안 진행되는 강좌에요. 사진을 좋아하던 시절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본 저이기 때문에, 수강 대상은 사진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형편상 사진공부를 쉽게 할 수 없는 친구들로 제한했어요. 카메라를 준비하지 말라고 했고, 대신 사진실습이 있는 주에는 일회용 카메라를 제가 구입해서 나눠줘요.

알라딘 : 호기심으로 시작한 친구들 중에서 사진강좌를 듣고 자신의 진로를 사진쪽으로 정할 수도 있겠는데요?

백성현 : 정말 놀란 사실인데요, 수강생들이 하나같이 호기심이 아닌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신청했다는 거에요. 사진은 배우고 싶은데, 형편은 그렇게 좋지 못한 친구들이다 보니 정말 큰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요.

알라딘 : 재능 이상으로 필요한 요소가 노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더욱 발전하는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백성현 : 사진은 창의성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작업이에요. 더군다나, 제가 주로 작업하는 패션 사진은 더욱더 창의성이 요구 되요. 뉴욕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다양한 잡지를 받아서 구독하고 있어요. 그것들을 통해서 모티브를 얻고,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파악하는 거죠.

알라딘 : 경제적인 어려움과 대인기피, 우울증 등 힘든 일들을 겪기도 하셨는데요, 현재의 백성현을 존재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백성현 : 종교적인 힘도 있었지만요 무엇보다도 가족이 현재의 저를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알라딘 : 백성현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 세가지를 든다면요?

백성현 : 사진이요. 지금 당장은 사진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알라딘 : 백성현에게 사진은…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백성현 : 밥! 공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요, 둘을 합쳐서 공기밥이라고 하죠.(웃음)

알라딘 : 2008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 혹은 순간은?

백성현 : 개인 작업 공간을 갖게 됐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어요. 이 스튜디오를 오픈 했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말씀 드렸듯이, 최진영씨와 동행했던 베트남 자원봉사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알라딘 : 2009년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백성현 : 지하철 혹은 그 외의 공공장소에서 작가명은 밝히지 않은 채로 제 사진을 전시해 보고 싶어요. 세상살기 각박해졌다고 많이들 말씀하시잖아요? 따뜻한 사진으로 힘을 드리고 싶어요.

알라딘 : 댄서, 랩퍼, 사진가, 저자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해 오셨어요. 현재는 사진가로서만 활동 중이신건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백성현 : 사진일을 다시 시작한 2년 전부터는 방송 관련 일을 거의 하고 있지 않아요. 현재는 사진작업에 집중하고 있구요, 그 외에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저만의 세계가 담긴, 정말 저의 감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음악이 될 거에요.
몇 년 전에 뉴욕으로 포트폴리오를 보냈었는데, 4군데서 사진작업을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약 3년 후에는 외국에서 활동할 계획이에요.

알라딘 :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백성현 :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눈 앞에 마술램프와 지니가 있을 거에요.(웃음)

백성현 - 코요테 래퍼 빽가로 방송에 데뷔. 현재 Studio by100 실장으로, 패션화보와 앨범 재킷 등을 중점으로 활발하게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Exhibition 2005 낸시랭과 by100 'Show Me The Innerself' 2007 제너럴아이디어 'England Dream' 2007 house rulez 'Hotel Plaza' 2008 소규모아카시아밴드 '8인의 작가 전시회' 2008 시간의 점 Magazine 「W」 「Vogue」 「Voguegirl」 「Elle」 「Elle girl」 「Arena」 「anan」 「ceci」 외 다수 화보 비, 에픽하이, 양동근, 넬, 김선아, 고아라, 최진영, 자우림, 김흥수, 하우스룰즈, 다이나믹듀오, 이파니,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외 다수 <당신에게 말을 걸다> 도서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