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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본명 황재우
 1952년 전남 해남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1980년 '연혁'으로「중앙일보」신춘문예 입선
 1980년 「문학과 지성」에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등을 발표하며 등단
 1983년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로 제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1991년 제36회 현대문학상 수상
 1993년 '뼈아픈 후회'로 제8회 소설시문학상 수상
 1994년 한신대학교 문창과 교수 재직
 1995년 조각전(학고재 화랑) 개최
 1999년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로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
저자 홈페이지 : 황지우, 뜰 앞의 잣나무 - http://www.sponge.co.kr/oldsponge/HWANG/MAIN6.htm
저자 Email :

그는 시인이 된 것을 후회하는 흔치 않은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시인이 된 것은 `우리 사회 때문`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황지우는 정장 차림에 안개꽃 한 다발을 들고 종로3가 단성사 앞으로 나갔다. 안개꽃은 광주시민 학살을 규탄하는 유인물을 가리기 위한 위장이었다. 그러나 계엄군의 삼엄한 감시의 눈초리 앞에서 안개꽃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황지우는 곧 지하철 1호선 역의 플랫폼에서 체포됐다. 손목이 등뒤로 묶인 채 거칠게 끌려나갈 때, 오후의 햇살은 지하철 입구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는 지금도 그 때의 그 지하철 입구를 잊지 못한다.

`내가 시를 쓰게 된 건 바로 우리 사회 때문이었다. 80년 5월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다. 지옥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지옥을 생각해낸 것은 고문에 대한 체험에서였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그 모진 지옥에서 한 계절을 보내면서 증오의 힘으로 시를 썼다. 결코 침묵해서는 안될 것 같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그의 첫 시집이자 출세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였다. 80년대를 관통하며 줄기차게 자기 목소리를 내 오던 그는, 그러나 90년대 들어 근 10년 가까운 침묵을 지켰다. 글을 안 썼다기보다는 도무지 씌어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80년대의 문제의식을 너무도 쉽게 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은 말하는 것이 악덕이다, 침묵만이 미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대신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이대로 술을 퍼붓다간 내가 죽지 싶었을 때,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광주 무등산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요가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밀교에 깊이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손 댄 것이 조각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술선생님이 `10년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소묘력을 지녔다`며 미대 진학을 강권해 교무실에 끌려다니곤 했을 만큼, 미술적 감성이 풍부한 황지우였다.

흙덩이를 만질 때는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도 끄덕 없었다. 그렇게 90년대를 보내면서, 95년에는 개인 조각전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도 저물어갈 무렵, 한 편 두 편 써두었던 시를 모아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를 펴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이 시집이 예상을 뒤엎고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는 다시 시인으로서 세상과 만났다.

`너도 아팠냐? 나도 아팠다. 그러나 너무 아파만 하지 말자. 살아야 하지 않겠냐. 그런 쓸쓸한 인사 같은 것이 이 시집이다.`

시인은 아직도 자신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세월이 흐른 후에는 어쩌면 딱딱한 돌 덩어리를 부여 잡고 또 다시 조각의 세계에 침잠해 있을지도 모른단다.

90년대 나의 전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탐침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울, 상실감, 분열, 환각, 공포, FLIGHT OF IDEAS 증세와 관련된 `유사-광증`을 실험했으며 이는 앞서 말한 우리 삶에 유지되고 있는, 그래서 더욱 지옥 같은 혼돈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검은 유머라 하기에는 적이 재앙스럽고 위험한 장난일 수 있다. 병을 시뮬레이트하는 것 자체가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나의 정신 역동 속에서 정신적인 꾀병은 실제로 헤어나올 수 없는 급격한 소용돌이와 현기증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히, 모든 착란적인 것이 시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어떤 착란적인 것`은 시적이다.

그것은 나에게, 모든 선적(禪的)인 것이 시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선적인 것`은 시적인 것으로 체험되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시적인 것`의 탐험이 자취를 남기는 내 문학 지도에서 이런 변화는 급전직하하는 심연에의 추락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정신병리에 대한 심취는 말하자면 나에게는 `어두운 선(禪)`이었다. 나는 환자로서 병을 앓으면서 병을 가지고 깨달음을 실행했던 유마힐 생각이 많이 났다.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80년대가 낳은 한국시단의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인 황지우씨가 1998년 연말에 낸 시집. 그의 시는 우선 자신의 개별적인 삶의 풍경들을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슬픔과 연민의 정념들이 한결 깊고 투명하게 그려진다.

  나는 너다 (1999년)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1995년)
  황지우 문학앨범 (1995년)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호 (1993년)
  뼈아픈 후회 외 (1993년)
  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1991년)
  게 눈 속의 연꽃 (1990년)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년)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1983년)

  20세기 한국시의 표정 (2002년)
  황지우 문학앨범 (199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