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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작가 프로필 >오한숙희
오한숙희

 1959년 인천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이화여자대학원 여성학과 졸업
 김포에 `김포여성민우회`와 부설 `가족과 성 상담소` 만들어 대표로 활동했음
 현재 `해심터`(상담,여성 심성 프로그램, 몸다루기 프로그램 등)를 운영하고 있음
저자 홈페이지 : http://www.ohsuki.co.kr

지금까지 책을 아홉권 냈다. 그런데도 작가라는 소개에 여전히 낯선 것은 왜일까.

내가 어릴 적에 지나가던 점쟁인지, 관상쟁인지가 나를 보고 `글로 출세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말이라면 몰라도 글은 아니다`라고 부모님들은 웃고 치우셨다. 나 역시 내가 책을 내리라고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낸 것은 순전히 외압(?)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출판사를 하면서 나를 부추겼다. 첫 책 <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는 89년 대구 계명대학에서 여성학 강의를 했던 기록을 담은 것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를 마치자마자 만난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써내는 성차별 체험사례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마침 말재주를 인정받아 KBS TV에서 `생방송 여성`이라는 여성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여성문제라는 것의 실체를 사례로써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 책 <그래, 수다로 풀자> 역시 친구들의 외압으로 탄생한 것이다. 34살 무렵 나는 이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였다. 이른바 잘 나가던 젊은 여성학자의 이혼은 진보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위치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그 전부터 여성신문에 연재하던 `수다의 사회학`에다 인생의 아픔을 딛고 살아내는 한 방법으로 수다체험기를 내자는 친구들의 곡진한 부탁을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책을 쓰면서 나는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이혼의 충격과 시름없이 천진하던 어린시절을 넘나들었고 가까이에서 힘과 위로를 주는 사람들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임의대로 만날 수 있었다. 때론 웃고 때론 울면서 나는 글쓰기의 매력에 처음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이 내 영혼의 첫 번째 씻김굿임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우리사회에서는 여성학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직장인, 공무원, 주부들과 강연이나 토론의 이름으로 만난 기록이 <너무 아까운 여자>이다. 그 안에서 나는 다시금 나를 이 사회의 한 여성으로 객관화하는 두 번째 씻김굿을 치뤘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두 언니의 자발적인 진학포기와 취업을 밑거름으로 대학생이 되었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별로 짜여있는 직장구조에서 고졸여사원과 대졸 남자사원의 틈에 끼여있는 애매한 입장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여성학이라는 학문과 그안에서 선배 여성들을 만나면서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잡았노라, 성차별이 완강한 세상에서 살아낼 삿대와 돛대를 얻었노라 자신했지만 이혼이라는 경험은 성차별의 파고를 절감케 했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여성들의 의식이 급변하고 있었다. 이혼녀라는 낙인은 한부모운동과 자립적인 여성적 삶의 모델로 대치될 수 있었고 상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여성들의 삶의 현장으로 한층 더 깊이 들어설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돈이 좋다>는 경제적 자립이 인격적 자립과 남녀관계에서 당당함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다움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갈등하는 여성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때부터 비로소 글쓰기는 내 삶을 풀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1996년, 서울을 떠나 경기도 김포의 자그마한 마을로 이사오면서 나는 새롭게 태어났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닮은 삶의 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딸들에게 희망을>과 <아줌마 밥 먹구가>를 보면 이곳에서 보낸 7년 세월이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철이 들었다. 여성에서 사람으로, 나에서 우리로, 인간에서 자연 우주 만물로 생각과 마음의 문이 열렸고 더불어 사는 삶을 절감하는 순간마다 감사와 감동으로 눈물 흘릴 줄 알게 되었다. - 오한숙희

이번에 새로 낸 책 <부부, 살어? 말어?>는 이런 나의 변화를 가족 속에 투영시킨 것이다. 항상 나를 눈물나게 하는 것은 가족이다. 그 가족 속에는 역할에 따른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건 인간관계의 불가피한 노폐물이다. 어머니와 비혼자인 언니는 내게 있어서 때론 아내같다. 마음으로, 생활로, 의존하고 얽혀있는 관계를 자유롭고 평화롭고 재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것을 화두로 삼아 우리 사회에 널려있는 인간을 가르고 대립하게 하는 분열적 요소들-성별, 나이, 학력, 연고지, 경제력-을 극복하고 인간애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 가는 첫 번째 시도였다.

지금 나는 <그래, 수다로 풀자>이후 내가 체험한 수다의 힘을 기록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외압을 넣는 친구들이 없는데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아무래도 그 점쟁이 말이 맞으려나? 아무려나 글쓰기는 이제 나의 숨쉬기이며 책이란 세상에 내는 나의 삶의 보고서가 된 것이다. 충실한 보고자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해심터`에 앉아있다. (해심터는 우리집 마당 한곳에 마련한 흙집, 누구라도 마음을 쉬고 몸을 펴는 열린 공간이다)

한겨레신문 : <부부 살어 말어>는 그가 1년 만에 새로 내놓은 책이다. 물음표가 세 개나 들어간 책 제목은 전작 <아줌마 밥 먹구 가>처럼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자의식 같은 게 배어 있다. 페미니즘의 격조 있는 고급담론보다는 주방세제에 부르튼 손바닥의 구체성을 어루만지겠다는 자의식 말이다. - 고명섭 기자 ( 2003-05-17 )

부부? 살어? 말어?

오한숙희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펴냄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고 3 아이에게 안방을 빼앗긴 남편의 심정, 아들만 계란 프라이를 해줘서 삐친(?) 남편, 시어머니와 남편 둘이서만 사이좋게 발라먹던 고등어에 소외감을 쌓아둔 아내...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짠한 것이 올라온다.

  아줌마 밥 먹구 가 (2002년)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1999년)
  딸들에게 희망을 (1996년)
  너무 아까운 여자 (1995년)
  그래 수다로 풀자 (1994년)